국회·정당“모 후보는 OO억 썼다더라”… 세 번의 전대, 돈선거 논란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글자크기ll l이 기사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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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며칠 앞두고 막판에 살포하더라. 주는 놈도 나쁘지만 대의원이 대놓고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액수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돈으로 표를 사는거야.”
과거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모 후보 측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여권 인사의 말이다. 고승덕 의원(55)의 전대 돈 봉투 폭로로 한나라당 전대의 ‘금권선거’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전당대회를 3번했다. 2008년에는 박희태, 2010년 안상수, 2011년 홍준표 대표가 각각 선출됐다. 전대 때마다 돈 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3차례 전당대회 선거비용 상한액은 1억원 안팎의 기탁금을 포함해 2억∼2억5000천만원이었지만 주요 후보는 수십억원을 쓴다는 게 여의도 정설이다. 전대에 후보로 나선 적이 있는 한 의원은 “아마 그 전대에서 상한선 지킨 후보는 나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번 전대 과정에서 “모 후보는 26억원을 썼다”, “아무개는 막판에 10억원을 뿌렸다”, “300만원 짜리 봉투를 돌렸다” 같은 이야기가 단골메뉴처럼 나왔다. 정몽준 전 대표는 2008년 전대에서 “(금품을 주는)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물증도 있다”고 말했다. 조전혁 의원은 2010년 전대출마 후 사퇴하며 “호남, 충청지역 당협위원장들이 대목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전(錢)대”라는 자조섞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한나라당 전대가 돈 선거로 변질될 개연성이 높은 이유는 유권자가 특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락을 결정짓는 수천명의 대의원이 그들이다. 당 관계자는 “대의원 중에서도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빅 마우스’만 잡으면 되기 때문에 돈 선거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역으로 대의원들이 후보 측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전대는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은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다. 투명하지 못한 내부자들의 부당 거래가 싹트는 구조적 원인이 여기 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부터 선거인단에 일반 국민의 참여 기회를 주고 있지만 대부분은 후보 측이 동원한 사람들이다. 전대 과정에서 금권선거를 확인해도 전대 후 “그래도 우리 당 사람인대”라며 ‘쉬쉬’하는 문화 역시 이 때문이다.
‘차 떼기’ 정당 시절 후진적 돈 문화가 일부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초선이나 젊은 의원은 그렇지 않은데 오래 정치해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돈 문제에 관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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