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숫자 2/3보다 ‘법적인 절차’에 비중
교단 탈퇴 관련 법규 없지만 당회→공동의회(사무총회)에서 탈퇴 결정
교회가 내분으로 인해 극한의 대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 문제를 사회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법원은 ‘2/3’를 중요시할까 아니면 ‘법적인 절차’를 중요시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인 절차’다. 법원은 교회가 분쟁으로 인해 재산권을 양분한다든지 교회를 이탈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최근 대법원이 내린 결정에 의거, 2/3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 이전에 2/3를 끌어내기까지의 법적인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다. 아무리 전체 교인 2/3 이상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교회가 속한 교단이 정한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면 이 결정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대법원이 정릉제일교회와 관련해 내린 결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9일 교단에서 제명된 A 목사를 상대로 정릉제일교회가 제기한 ‘출입 및 설교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피신청인(A 목사)이 지지 교인들 일부를 이끌고 소속 교단을 탈퇴하여 독립 교회를 설립했다 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일부 교인들이 집단적으로 종전 교회를 이탈한 것에 불과하고, 위 교단 소속(예장통합총회) 소속으로 잔류하기를 원하는 교인들로 구성되고 교단이 파송한 신청인이 목사로 재직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정릉제일교회가 종전 교회로서 실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존속하는 교회”라며 기존 교회의 정통성을 인정했다.
중요한 점은 교단 탈퇴를 결정한 A 목사측의 공동의회를 대법원이 어떻게 해석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기록을 살펴보아도 교단 탈퇴를 결의한 2003년 3월 30일자 교인 총회가 총회 소집통지 등 소집절차에 있어서 소속 교단 헌법 등에 정하여진 요건을 준수하였다거나 헌법 등에 정하여진 요건을 갖춘 결의권자의 2/3 이상이 동의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해석했다.
즉, 2003년 3월 30일자 총회가 소정의 절차를 갖추어 소집됐는지에 대한 여부와 교단 탈퇴를 결의한 교인이 적법한 결의권자의 2/3에 이르는지의 여부를 더 심리해도 이런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한 이와 관련 “교회 분열 개념의 허용 여부 및 교단 탈퇴의 요건에 관한 법리 오해 및 채증 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 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정은 대법원이 교인들의 숫자 2/3 이전에 정당한 법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어느 교단도 헌법이나 장정에 ‘교단 탈퇴’ 조항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당회를 거쳐 공동의회(사무총회 또는 당회)에서 안건으로 다루어 이 문제를 처리하며, 이른바 교단이 말하는 법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면 교단이 말하는 법적인 절차는 무엇일까. 각 교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유형이다. ‘당회(감리교는 기획위원회)→공동의회(사무총회 또는 당회-감리교)’의 과정을 거친다. ‘당회’의 경우 담임목사와 장로로 구성되며, ‘공동의회(사무총회)’는 입교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회의다. 말 그대로 모든 교인들이 함께 모이는 가장 큰 규모의 회의이며, 교인 전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회의다.
‘당회’는 당회장이나 당회원 1/2 이상 또는 상회의 요구로 소집한다. ‘공동의회(사무총회)’는 당회·제직회·세례교인 1/3 이상·상회의 지시가 있을 때 소집할 수 있으며, 공동의회의 개최 일시와 장소, 다룰 안건을 최소 1주일 또는 2주일 전에 교회에 광고해야 한다. 광고는 대체적으로 주일 대예배 시 광고시간에 하며 주보를 통해 서면으로 광고하게 된다.
예장통합총회의 경우 교단 탈퇴에 대해 명시한 관련법은 없다. 다만 비슷한 유형이 발견되는데 교회의 분립을 원할 경우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당회는 당회장이나 당회원 과반수 이상, 상회가 소집을 지시할 때 열 수 있으며(헌법조례 제2장 제2편 정치 제2장 교회 제68조), 공동의회는 당회나 제직회의 청원, 무흠 세례교인(입교인) 1/3 이상의 청원, 상회의 지시가 있을 때 소집하되 일시와 장소, 안건을 한주일 전에 교회에 광고해야 한다(헌법조례 제2장 제2편 정치 제2장 교회 제88조). 대체적으로 교회의 분란으로 인해 교단을 탈퇴할 경우 당회의 결의를 거쳐 교인들의 총회인 공동의회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며,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된다.
감리교의 경우도 교단 탈퇴를 언급한 법규는 없지만 제3장 구역회 제33조 구역회의 직무에 보면 ‘구역회는 개체 교회의 예배당, 주택 등 교호에 속한 부동산의 구입과 매매 및 임대차 그리고 유지재단 편입에 대한 사무를 조사 처리한다. 매매의 경우에는 구역회에서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회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기하고 있을 뿐이다.
교단 탈퇴 문제는 장로교와 마찬가지로 당회(감리교에서는 모든 입교인으로 구성된 당회가 교인들의 총회다)에서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당회는 담임자, 당회 회원 1/3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하며, 적어도 2주일 이전에 지면으로 공고하도록 돼있다.
기성총회의 경우도 당회의 결의를 거쳐 교인들의 총회인 사무총회에서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정기사무총회는 당회 결의로 일시와 장소, 의제를 2주일 전에 대예배 시에 공고해야 하며, 임시사무총회는 1주일 정에 대예배 시 공고하고 회원 1/3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며 의결은 재석 회원 과반수로 한다.
대체적으로 각 교단들은 개 교회들의 교단 탈퇴를 막는 강제 조항을 법으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교단 탈퇴를 생각하고 있는 교회들의 경우 교단 헌법에 따라 당회와 공동의회(사무총회)를 개최한 후 문제를 처리하면 교단 탈퇴를 위한 모든 법적인 절차를 마치게 돼 있어 한편으로는 교단 탈퇴를 방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또한 서서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과 관련 교회법 관계자들은 “최근 대법원이 교인 2/3 이상의 찬성으로 소속 교단을 탈퇴하거나 교회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림에 따라 교단들 또한 이에 대응해 교회와 성도, 교회 재산을 이탈 세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인 보완이 신속히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6.06.27 오전 11:35:24]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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