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거나 ‘모래시계 회의’까지…직장街는 요즘 회의 혁명중
[쿠키경제] ○… 기업의 경쟁력은 회의에서 나온다?
지금 업계에 ‘회의’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아이디어와 창의성이 기업의 사활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를 부상하면서 회의가 갖는 의미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어떤 기업은 상명하달식 회의를 지양,소위 ‘계급장’을 떼고 회의를 갖는가 하면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래시계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목적의식 없는 장시간 마라톤회의나 권위주의적 일방통행식 회의는 경쟁력 없는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올해를 ‘회의 문화 개선의 해’로 정하고 캠페인에 돌입했다. ‘CJ인은 이렇게 회의합니다’라는 주제로 5원칙을 도입해 실천에 들어간 것. 즉 꼭 필요한 회의인 지 사전에 검토하고,최소 3일전 회의 일정을 공지하며,회의 자료를 A4 1매 흑백 텍스트 중심으로 작성하고,회의시간은 1시간 이내로 지키며,회의실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즉시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태평양도 ‘열린 회의 문화 정착 캠페인’을 도입,지난 9월부터 본격 실행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6월에 회의와 관련한 사이버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회의실과 임원실을 개방형으로 바꿨으며,7월에는 사내 인트라넷에 회의 관리 시스템을 설치했다. 태평양은 특히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임원이나 사원이 서로를 ‘000님’으로 호칭하도록 하고 있다.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지난 7월부터 ‘111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11 캠페인’은 회의자료를 1시간 전에 공유하고 회의시간은 1시간내로 하며 회의내용은 1시간 이내에 공유하는 지침이다. 만약 이 지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회(會)파라치’의 의해 적발돼 문책이 따른다.
어영부영 때우는 회의는 이젠 그만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내서 탈이죠." "회의요? 원하면 누구든지 소집하죠. 하지만 준비는 철저해야 돼요." "부하직원이 얘기하는 데 상관이라는 이유로 제동 걸면 조직내에서 '왕따' 되는 건 물론이고 인사고과 점수도 깎여요."
상급자가 소집해 지시사항만 전달하고 끝내는 회의.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는 회의를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지금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회의를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인지 골몰하고 있다. 경쟁력은 아이디어에서 나오고 아이디어는 회의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직급 파괴형
태평양의 회의는 소집에서부터 진행까지 직급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누구든지 회의를 소집하고 싶으면 사내망으로 참석대상자들에게 통지를 하고 A4 1매 정도로 내용을 정리해 미리 띄우기만 하면 된다. 자유로운 회의 진행을 막는 사람은 인사 평가시 감점 대상 1순위.
건설회사인 신영은 주간 회의때마다 차장급 이상은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해 앉는다. 지난해 정춘보 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서열순으로 앉아 경직된 회의를 자유로운 토론장으로 바꿔놓았다.
스타벅스코리아에서는 회의를 하려면 참석예정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팀장이 소집하더라도 신입사원이 거부하면 회의는 열릴 수 없다. 직급도 없다. '믹' '제임스' 등 영어 애칭으로 존칭을 생략한 채 상대방을 부른다.
스톱워치형
SK텔레콤은 이른바 '2949미팅'으로 사안의 경중에 따라 29분내,49분내 회의를 마치도록 하고 있다. LG전자는 '111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회의자료는 최소 1시간 전까지 공유하고△회의시간은 1시간 이내로△회의결과는 1시간 이내 공유하는 3원칙을 도입했다. 임직원 노트북에 회의 잔여시간을 표시해주는 '타임벨' 프로그램도 깔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까지 매주 1회씩 반나절 이상 걸렸던 임원회의를 아예 없앴고 회의 시간을 1시간 내로 줄였다. G마켓은 회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주요 정책 및 사업도 하루 안에 결론을 낸다.
비용계산형
교보생명은 회의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회의비용 산출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중이다. 회의 시작 전에 회의 참석자와 회의 준비 직원의 직급·직책별 인건비를 인원수·회의 시간에 따라 계산하고 집기비품 사용료와 장소대여료 등을 더해 뽑은 회의비용을 미리 알린다.
신세계도 이같은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이를테면 시간당 사원이 1만원,주임이 2만원,대리가 3만원이라면 대리 3명,주임 3명,사원 1명이 모여 3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할 경우 총 회의 비용은 48만원이 소모된다는 메시지가 뜬다.
기타
하지만 결론도출이 필요할 경우에는 회의가 무한정 계속될 수도 있다. 삼성그룹에서 주로 활용해 '삼성회의'라고도 불리는 끝장토론형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결론이 나올때까지 계속한다. 한전 경영혁신실도 사안에 따라서는 결론이 나와야 회의를 마친다.
이밖에 카페처럼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회의실에 '독도' '사이판' 등으로 이름을 붙여 재미를 더하는 회의 문화,티타임이나 아침식사 시간을 겸한 회의 등 딱딱한 회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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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를 통해 ‘토요일 반장’을 맡게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