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성찬식을 연기하는 아미쉬의 신앙과 삶
입력 : 2008년 03월 18일 (화) 06:57:49 [조회수 : 185] 김재일 ( ever88 )
아미쉬 사람들은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성찬식을 합니다. 성찬식은 세례식과 더불어 아미쉬 신앙의 핵심이기에, 아미쉬 사람들에게 굉장히 각별합니다. 아미쉬 교회는 부활절에 앞서 사순절을 지키지는 않지만. 성찬식을 앞둔 한 달간을 성찬 시즌으로 정해서 성찬식에 참여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부활절을 앞두고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미쉬의 성찬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미쉬 교회에서의 성찬식의 의미는 가톨릭이나 대부분의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의 성찬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조금 다르다는 것은 화체설이냐 상징설이냐 등과 같은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교회에서 의미하는 바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미쉬 교회가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적 교회를 추구하는 것 같이, 아미쉬 교회의 성찬식도 공동체적인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미쉬 사람들에게 성찬식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의 통일성을 기념하고 다짐하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성찬 시즌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조화를 위해 필요한 용서와 올바른 관계에 강조점을 둡니다.
성찬 시즌의 두 번째 주일을 아미쉬 사람들은 Communion Council 주일이라고 부릅니다. Communion Council 주일 예배에서, 아미쉬 목사는 교인에게 공동체가 통일된 마음으로 주님 만찬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용서할 것, 사사로운 섭섭함과 원한을 버릴 것을 말씀을 통해서 권고합니다.
아미쉬 교인들은 “주의 몸을 분변치 못하고 먹고 마시는”(고린도전서 11장 29절), 다른 말로 동료 교인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성찬식에 참여하는 자에 대한 사도 바울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아미쉬 교인들이 바울의 경고와 마태복음 18장의 용서에 대한 충고에 유의하여, 성찬 시즌 기간에 화해를 하기 위해 다른 교우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Communion Council 주일과 성찬식 주일에, 각 교인들은 그들이 모든 사람들과 화평한지, 성찬식에 나아갈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두 날 모두, 의식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만장일치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교우들 간의 사사로운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그러한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성찬식이 연기됩니다.
아미쉬 교회의 성찬 의식은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4시까지 계속됩니다. 찬양·기도·설교가 있는 예배는 주님의 고난을 말할 때 절정에 이릅니다. 십자가에서 부서진 예수님의 몸을 기념하는 상징으로 빵 덩어리를 나누며, 예수님의 피를 기념하기 위해서 한 잔의 큰 컵으로 포도주를 마십니다. 이 때, 감독은 빵이 되기 위해 밀알이 분쇄되고 포도주가 되기 위해 포도송이가 눌러지는 것과 같이 우리도 희생할 것을 강조합니다. 개인들로 전체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의지를 굴복할 것을 독려합니다. 회중들은 성별로 짝을 지어 발을 씻어주면서 봉사와 겸손을 다짐한 후 성찬 주일의 막을 내립니다.
아미쉬 교회에서 성찬식은 하나님과 동료 교인과의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주기도문과 산상수훈에서 강조하신 것과 같이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마태복음 6장 14-15절) 입니다. 주님의 보혈의 피로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남의 죄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마음에 새겨 실천하는 것이 바로 아미쉬 성찬식입니다.
성찬식과 세족식, 그것에 앞선 자기 점검과 화해의 시즌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과 용서해주기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함을 상기시킵니다. 용서가 쉽거나 고통이 없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수도 사랑하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죄를 용서 받기 위한 전제이기도 합니다.
아미쉬 사람들의 신앙과 생활을 소개하는 것은 그들이 흠이 없거나 완벽한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의 신앙과 삶의 가부장적인 문화, 여성의 역할에 100% 동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미쉬 사람들도 그들 스스로 완벽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하면 할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연약한 죄인이고,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가를 더 잘 압니다. 기실 거룩한 삶을 살아가려고 하면 할수록 더 자기가 죄인임을 인식하고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가 절실함을 느끼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거저 주시는 은혜 속에서 죄를 용서 받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조하신 용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앤조이>에서 펴낸 ‘돈 한 푼 없이 부자로 사는 법’에 소개된 구절을 소개합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미국 최대의 텔레비전 부흥사였던 짐 베커 목사가 감옥에서 쓴 '내가 틀렸습니다'(I was wrong)에 말콤 스미스의 '영적소진'(Spiritual Burnout)이라는 책의 구절이 있습니다.
“당신을 실패하게 만든 사람들, 당신이 가장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없던 사람들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의 문제들과 약점을 주위 사람들에게 퍼트린 것을 용서하십시오.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준 지도자와 선배를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영적인 거목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흠이 있고 약점이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을 용서하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의 노예가 됩니다. 용서를 받지 못한 사람보다 용서를 하지 않은 사람이 더 괴롭습니다."
고난 주간입니다. 많은 교회가 고난 주간을 지키고 성찬식을 할 것입니다. 성찬식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쓰리게 한 사람들, 알게 모르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자존심에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의 필요성을 아미쉬 사람들에게 배워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불효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드린 어머니에게, 아내와 가족들에게, 교우들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미숙한 글을 쓰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에 상처를 준 모든 분들에게도 머리 조아려 용서를 구합니다. 성찬식을 하고 나서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최종편집 : 2008년 03월 18일 (화) 16:32:13
김재일의 다른기사 보기
|
|
0
17855
1191
52 
남평양노회 규칙부 결의 및 보고와 수임을 위한 청원서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