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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64년 만에 ‘강화 교동 민간인 학살’ 국가 책임 판결
한만송 기자 | mansong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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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호] 승인 2015.06.24 1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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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우익 청년 특공대가 저지른 ‘강화 교동도 학살사건’과 관련해 64년 만에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6월 24일, 방아무개씨 등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방씨 유족에게 1억 4400만원, 다른 방아무개씨 유족에게 각 6450만원, 전아무개씨 유족에게 89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화군 교동 민간인 학살은 1951년 우익 청년들에 의해 자행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위)’ 조사 결과, 강화군 교동면 주민 황아무개씨 등 183명은 1ㆍ4후퇴 이후 교동도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유엔군 유격대(UN Partisan Forces) 소속 강화해병특공대와 해병특공대에 의해 ‘내응행위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상룡리 안개산, 고구리ㆍ인사리ㆍ난정리ㆍ양갑리ㆍ무학리ㆍ지석리 해안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됐다.
이 사건의 희생자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모두 183명이다. 이들은 남편 또는 아들이 북한군 점령 시 부역을 하다가 피신, 월북했다는 이유로 학살당했는데, 183명 중 74.3%인 136명이 아동ㆍ노인ㆍ여성이었다. 15세 이하의 아동이 전체의 33.3%로 61명이었으며, 51세 이상의 노인이 14.8%로 27명이었고, 여성은 49%로 90명이었다.
가해주체는 한국군과 미군의 통제에 있던 교동 주둔 유엔군 유격대(UN Partisan Forces)다. 현역 군인ㆍ낙오 경찰ㆍ대한청년단ㆍ청년방위대 등으로 구성된 경기도 연백군을 비롯한 38선 이북지역의 치안대로 파악됐다.
이들은 고향 지역에서 군ㆍ경을 도와 좌익혐의자 색출ㆍ검거에 앞장서다가 1ㆍ4후퇴 당시 교동도 등으로 피란해 치안을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특공대를 조직했다. 초기에 교동도로 유입되는 피란민을 조사하거나 식량보급을 목적으로 연백군 등 북한 점령지역을 드나들다가 서해안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활동을 벌이던 한국군과 미군 정보ㆍ첩보부대의 지원으로 산발적이었던 조직이 점차 통합ㆍ확대돼 유엔군 유격대(UN Partisan Forces)로서 지위를 가졌다.
서해안과 주변 섬을 장악하던 한국군과 미군은 유격근거지인 강화군 교동면에서 자신의 통제에 있던 유격대에 의해 비무장 민간인이 학살되는 것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ㆍ방조했다고 진실위는 판단했다. 또한 진실위는 적의 배후지로서 교동도의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해 유격근거지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전술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아동ㆍ노인ㆍ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학살행위는 인민군과 교전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군사작전상 피해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진실위는 “부역 혐의자와 그 가족들을 살해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비무장 민간인을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행해진 공격 행위로 ‘인도에 반한 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며, 군인과 민간인을 엄격히 구별해 민간인을 보호하며, 적대행위에 능동적으로 참가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살인 등을 금지하는 전시 최소한의 인도 기준인 ‘제네바협약’에 위반되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전시라는 이유로 정당한 이유와 절차 없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국내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실위는 2005년부터 이 사건을 조사했고, 2009년 3월 희생자 183명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유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 법원은 ‘강화해병특공대가 민간인의 자발조직이기 때문에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으로 볼 수 없고,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승만 대통령이 인천상륙작전 이후 대한청년단을 중심으로 지역별 자위대나 치안대를 조직할 것을 지시했고, 해병특공대의 경우 해군 함정을 타며 작전을 수행하는 등, 순수한 사설단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천 강화군에선 이 사건 이외에도 강화도ㆍ석모도ㆍ주문도 등에서 민간이 학살이 대규모로 자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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