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선거 개혁, 아직도 가야 할 길선거권 확대 법안 부결…감리회 개혁은 민주적 선거 정착이 선행되어야 , 박경양, 승인 2012.10.04 11:27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지난 9월 25일 개최된 제29회 총회 산하 입법의회에서 한국 개신교 역사상 최초로 교회 세습 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교회 개혁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교회의 수장인 감독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법원이 선임한 임시감독회장에게 교회의 치리권을 넘겨주어야 하는 수치를 겪었던 지난 4년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쾌거였다. 이로써 감리회는 그동안 한국교회에 끼친 누를 한꺼번에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감리회의 입법의회는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개혁을 위해서는 감리회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감리회 개혁의 핵심 중 하나로 여겨졌던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권자의 자격 확대를 위한 입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선거는 공동체 내의 일정한 직(職)에 취임할 사람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선출하는 행위로, 선거권은 민주국가의 국민이 가지는 기본권 중 대표적인 참정권의 하나다. 그리고 선출된 지도자가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한 의사에 반응하게 하려고 선거에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고르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선거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감리회는 헌법 제6조에서 "감리회의 기본 체제는 의회 제도에 기초한 감독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의회제도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한 대표들이 의회를 구성하여 공동체의 정책을 결정하는 제도를 말하며 의회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공동체는 자신들을 대신하여 공동체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 선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기초인 의회 제도를 지향하는 감리회가 감리회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의회가 감리회를 대표할 수 있도록 남성과 여성 그리고 세대와 지역 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교회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 역시 성과 세대, 지역 부문 등의 고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깨끗한 선거 위해 제도 개혁 먼저
하지만 감리회 의회 제도와 선거제도는 민주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이 원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교역자 선거인 중 24%를 60대가 차지하고, 44%를 50대가 차지하는가 하면, 31%를 40대 교역자가 차지하고 30대 선거인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8.3%이고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4.8%,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7.4%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대별 인구 비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평신도 선거인에게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감리회 평신도 선거인은 90% 가까이가 60세 이상이고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50세 이하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인의 성별(性別) 분포도를 살펴보면 교역자와 평신도를 막론하고 선거인의 95% 이상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감리회의 선거제도가 성(性)과 세대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물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공동체 중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기형적인 제도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때문에 감리회 내에서는 현재의 선거제도로는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지도자를 선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감독회장과 감독이 되기 위해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일종의 시모니즘(simonism)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비상식적이고 기형적이며, 부패하고 혼탁한 선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선거권의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감리회 제29회 총회 산하 입법기구인 입법의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감리회 내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정회원이 된 지 11년 이상인 교역자와 이와 동수의 평신도 대표"에게 부여하던 선거권을 "해당 연도 정회원 가입자를 제외한 각 연회 정회원 교역자와 지방별 그와 동수의 평신도 대표"로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입법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감리회 입법의회는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인 선거권자 확대 규정을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시켰다. 입법의회 의원들은 교회와 사회 모두가 염원하는 감리회의 개혁과 미래를 담보삼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킨 것이다.
그런데 선거권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가 가관이다. 이들은 나이가 30대인 목사는 분별력이 미숙하므로 선거권을 부여하지 말아야 하고 권사와 집사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지도자 선출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선거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젊은 부담임목사의 경우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선거를 하게 될 것이므로 공정한 선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거권자가 늘어나면 부정과 금권 선거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며 선거권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이런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이들이 정상적인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는 64년 전인 1948년에 21세 이상, 52년 전인 1960년에 20세 이상, 2005년에는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등 날이 갈수록 선거권 부여 연령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은 이란이 15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연령이 30대인 목사들은 분별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선거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일 뿐 아니라, 감리회 목사를 사리분별도 제대로 못 하는 저능아쯤으로 취급하는 행태로 30대 목사에 대한 비하를 넘어서는 모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령이나 교육 수준 등과 상관없이 권사와 집사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면 지도자 선출의 신뢰성을 떨어트린다는 말은 교회 기관의 모든 결정권을 성직자가 독점해야 한다는 사고를 드러내는 것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채 한국교회 안에 관행화된 성직주의적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는 한심한 주장이다. 또 금권 선거 방지의 한 수단으로 선거권자를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임에도 선거권자를 확대하면 부정과 금권 선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주장은, 자신들이 그동안 행한 부정과 금권 선거 행태를 방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를 기정사실로 하고 젊은 세대도 자신들과 같은 행태를 드러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기초한 주장으로 용납될 수 없다.
어쨌든 감리회의 지난 제29회 총회 산하 입법의회는 여전히 감리회가 강고한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고 또 그 기득권 세력들은 교회 개혁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입법의원 중 평신도 위원의 평균 연령이 64세 정도이고, 교역자도 60세 이상 정도이며, 오랫동안 성직을 돈으로 표를 사고판 이들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들이 왜 선거권의 확대를 반대했는지도 짐작할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감리회 입법의회는 감리회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하고 그 길은 선거 제도와 의회 제도가 감리회의 모든 구성원을 골고루 대표할 수 있도록 세대와 성 그리고 부문과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박경양 / 평화의교회 목사
박경양 newsnjoy@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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