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지켜라 - 쿰란·마사다(2)
▲ 천혜의 요새 마시다.
마사다는 참으로 이스라엘의 저항정신이 살아서 이야기하는 땅이다. 단순한 전쟁터의 의미를 넘어 종교적이며 거룩하기까지 하다. 주전 586년, 이스라엘은 나라를 잃게 된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것이 유대인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을 차지한 어떤 제국에게도 그들은 호락호락 굴복하지 않았다.
로마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그들에게 군역 면제와 종교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가 신의 백성임을 자처했으며 신의 통치가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서기 66년, 그들은 로마를 상대로 대규모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통합된 대규모 부대를 갖고 있지 못했던 반란군은 정예화된 로마부대에 의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게 된다.
결국 그들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고 주후 70년 예루살렘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죽거나 팔레스타인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러나 예루살렘이 무너진 후에도 남은 저항군들은 이 곳 마사다에 모여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바치며 자신들의 땅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된다.
마사다는 사방이 절벽인 천혜의 요새였기 때문에 아무리 막강한 로마군이라 해도 그들을 공격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당시 로마군의 병력은 1만5천명이었고, 저항군은 여자와 아이를 포함하여 967명뿐이었다.
로마군은 마사다를 포위하여 기아와 갈증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을 기다리는 한편, 반란군이 보는 앞에서 동족인 유대인 포로들을 동원하여 마사다에 이르는 인공 경사로를 만들어 갔다. 서기 72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밀려오던 어느 날, 반란군은 자결을 결심하고 제비뽑기를 통해 순번을 정했다.
그리고는 로마의 손에 죽기 전에 스스로 영광스런 죽음을 선택하였다. 로마의 종이 되어 비굴한 삶을 살아가기보다 신의 백성으로 영원히 남기를 소망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 생명을 잃는 것보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마사다를 기억한다.
마사다를 통해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또한 그렇게 구별되기를 소망한다. 히브리의 자유, 그것은 자신이 히브리인임을 잊지 않을 때에만 누릴 수 있는 신의 선물임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소유가 없기에 자유했고 신의 뜻을 따르기에 그의 백성이 되었던 히브리인들, 그들에게 죽음은 숨이 끊기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를 잊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던졌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그것을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정신이 많은 것을 가르친다. 그들의 질문은 오늘날의 신앙인에게도 동일하게 던져지는 도전이며 요구여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예리한 질문의 검을 곧추세워 현재의 내가 누구인가를 발견하고 자신의 신앙함의 이유를 찾아가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입력 : 2004년 05월 28일 13: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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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갱신·도덕성 회복이 먼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