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후보검증위를 주목한다
남자들, 또는 여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중에 아내나 남편 흉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그게 진짜 흉인지 자랑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진짜 흉이라 해도 '치명적'인 것은 거의 없다. 갈라서기로 작심했거나 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박근혜씨에 대한 의혹 제기와 폭로가 진흙밭을 향하고 있다. 이씨에 대해서는 은닉재산 의혹 등에 이어 위장전입 폭로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박씨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 및 영남대 관련 비리 주장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또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이, 박씨 진영뿐 아니라 (구)여권, 박정희 정권의 피해자 등 우후죽순이어서 그야말로 다자간(多者間) 난타전이다.
짧은 동안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씨의 위장전입 사실을 빼놓곤 명쾌하게 밝혀진 게 거의 없다. 6하원칙에 의하기보다 변죽만 울리는 폭로나 의혹 제기가 대부분이며, 공격을 받는 쪽도 납득할 만한 해명보다 만병통치약인 양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음해"라는 한 마디로 그만이다. 실망스런 일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자질을 사전 심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검증위원회'(위원장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가 제 몫을 해줄지 주목되고 있다. 검증위는 제보나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 모두를, 그러니까 주자들의 자질 전반을 검증할 것이라고 한다. 하자 없는 후보를 내세우고, 지난 대선에서와 같이 상대 당의 뒤통수치는 네거티브 전략에 당하지 않겠다는 게 구성 취지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가 크고 당과 위원회의 결의가 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하는 소임을 다하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검증 대상 선정부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중구난방으로 제기되는 의혹들을 다 검증할 수도 없고, 선별적으로 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검증위의 활동시한 이후에 제기된 의혹들의 처리도 난제다. 특히 결정적 의혹은 만회가 불가능한 치명타를 안기기 위해 막바지에 제기될 게 분명해 검증위를 더욱 당혹케 할 것이다.
검증 방법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사권을 가진 국가기관도 어떤 혐의의 실체적 진실을 못 밝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수사권도 없는 검증위가 공방이 치열한 의혹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밖에 검증 결과에 당사자가 승복하지 않고 편파 시비로 맞설 경우 검증위는 난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검증 결과를 수긍하느냐 여부가 검증위는 물론 한나라당 전략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사실 검증위가 예비주자들의 치명적 하자도 과감하게 드러낼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만들어진 검증위가 주자들의 자잘한 흉은 모르지만 당선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흉이 발견되면 오히려 덮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남 앞에서 남편이 아내, 아내가 남편 흉보듯 말이다. 상대 당의 대응도 검증 결과에 대한 불신 조장에 맞춰질 것이다.
이러한 의문과 불신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검증위가 국민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지도자를 선택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애국 애족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일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증위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위에서 지적한 내재적 제약은 어쩔 수 없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는 정신으로 제기된 의혹의 진실이 무엇인지, 또 그러한 의혹들이 국가 최고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격 요건과 어느 정도의 상관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다시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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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문제로 하나님께 제비로 묻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