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 막았지만 리더십 부재”
제비뽑기 한계 지적 잇따르자 직선제 논의 ‘탄력’
두 제도 혼용 개선안 등 헌의 계획에 쟁점 불가피
2008년 07월 22일 (화) 14:57:45 기독신문 ekd@kidok.com
'집중기획' 93제주총회, 이것이 쟁점이다 ② 선거제도
지난 6월 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교회갱신협의회, 영성목회연구회, 21세기목회자포럼 회원 80여 명이 모여 교단의 현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그 중에서 제86회 총회부터 시행한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직접선거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제비뽑기 제도를 직선제로 바꾸자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제비뽑기 제도를 발의하고 결의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던 교갱협 소속 회원들이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교갱협은 원래 제비뽑기 제도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금권선거를 불식시킬 수 있는 차선책이라며 당시 여론을 환기시킨 바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일단 총회신학원 운영이사장, 기독신문사 사장·이사장, 총회세계선교회 이사장 등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를 제비뽑기로 선정한다는 것에 문제를 지적하고, 제93회 총회에서 우선적으로 기관장만 직접선거제도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제92회 총회를 한 달 가량 앞두고 제비뽑기를 직선제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상당했다. 당시 여론을 주도하던 교단 오피니언 그룹은 총회 임원과 상비부장을 바로 직선제로 전환해 선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먼저 총회 산하 기관장부터 직선제로 바꾸고, 금권선거를 제재할 강력한 조치를 취한 뒤 총회 임원 선출도 서서히 직선제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총회 현장에서 부분적인 직선제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제비뽑기를 공고히 해주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당시 총회장도 우선 총회 산하 기관장부터 직선제로 전환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회를 보던 총회장께서 제비뽑기는 우리 교단의 수출품이라고 발언하시면서, 직선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한 총대의 얘기다.
그런데 올해 총회장과 총무의 리더십 문제가 심화되고 총회 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총회 리더십에 대한 문제가 흘러나오면서 직선제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 총회장과 총회 임원 모두 제비뽑기를 통해 당선됐기에 ‘동격’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면서 제비뽑기에 대한 한계가 벌써 나타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했다.
“총회 임원회가 하나되지 못하면 교단은 물론 전국 교회가 흔들립니다. 임원들이 총회장을 도와주지 못하고 사사건건 반대만 하면 총회는 어렵습니다.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총회장은 힘이 있는데 솔직히 제비뽑기를 통해 당선된 총회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무슨 일을 추진하려고해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증경총회장 서기행 목사는 이와같이 말하고 수도노회는 이번 총회에 1차는 직선제를 실시하고, 2차 본선은 다득표자 2명을 올려 제비뽑기로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제도 개정안을 헌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갱협도 제비뽑기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갱협 교단분과위원장 김성원 목사(광주중흥교회)는 “제비뽑기 제도는 당시 선거로 인한 병폐가 너무 심각해서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선거제도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지만 분명 금권선거로 인한 문제는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현재 교갱협도 언젠가 직선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먼저 금권선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비뽑기와 직선제의 장점을 병합하는 방안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제비뽑기를 추진하다가 부결된 예장 통합의 경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높아 채택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예장 통합 바른목회실천협의회 안광덕 목사는 “직선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은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교역자들의 생각”이었다며 “제비뽑기는 비민주적이다”는 여론으로 인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광재 목사는 “제비뽑기는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가 아니라 금권 타락 선거를 방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며, “제비뽑기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직선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은 교단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일이다”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아무튼 직접선거제도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제93회 총회에서 제비뽑기 ‘사수’가 계속될 지, 총회산하 기관장만이라도 직선제로 전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총회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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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탄력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