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계뉴스 (2001.10) / 지난 9월 각 교단별 총회 개최 잇따라 "
[각 교단 총회 스케치]
매년 9월이 되면 한국교회는 각 교단 총회 열기로 뜨거워진다. 장로교, 성결교, 침례교 등 모든 교단들이 일제히 같은 시기에 총회가 열려 9월은 한국교회의 총회의 달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각 교단의 이번 총회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총회선거와 기구개혁에 관한 것이며, 또 하나는 이단문제와 사회이슈에 관한 것 등이다. 대표적인 교단의 총회관련사항을 살펴본다.
◆ 예장합동
지난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충현교회(김성관 목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이하 예장합동) 총회에서 실시된 임원 제비뽑기 선거는 한국 장로교 역사상 초유의 일로 평가될 정도로 교계는 물론 대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것은 향후 예장 통합과 예장고신을 비롯한 한국교회 각 교단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번 예장합동의 제비뽑기에 반대해왔던 합동측 소속 장로연합회는 절차문제만 해결되면 민주적인 의견에 따르겠다고 타협함으로써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예정대로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하마터면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었던 이번 제비뽑기 선거는 사실 한국교회가 그만큼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임원선거와 관련하여 해마다 금품수수시비 등 끊임없는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제비뽑기를 통해 이러한 부정적인 요인을 없애보겠다는 발상인데 과연 이 제도가 생각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여하튼 역사에 기록될 큰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한국교회연합기구와 관련하여 이번에 예장 합동의 신임 총회장으로 선출된 예종탁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대표기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이만신 목사)와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동완 목사)로 양분되어 있음으로 인해 교회의 연합과 대 사회활동에 차질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하나의 연합기관 설립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 예장통합
지난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에서 열린 예장통합(총회장 최병두 목사) 총회에서는 제비뽑기선거는 부결되었으나 지난해 통과된 기구개혁안의 시행세칙안과 기획조정위원회가 제안한 '총회 사업부서 및 기관업무 조정 제안서'가 통과됨으로 지난 20여 년간 지연돼 왔던 기구개혁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게 되었으며, 이는 향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던 교회에 커다란 소용돌이를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이 개혁안은 앞으로 총회는 각 전문분야별로 정책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반면, 노회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갖추게 된다. 따라서 상당수의 총회사업들이 노회로 인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회는 개교회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개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총회의 사역이 노회를 거쳐 개 교회까지 연결되는 네트웍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예장 통합 총회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예배 용어들에 대한 변경 작업도 이루어졌는데 ‘사회자’는 ‘인도자’로,‘헌금’은 ‘봉헌’ 등으로 바뀌게 되어 내년부터 개 교회에서 사용된다. 그리고 주일행사시정, 단군 상 문제 엄격 대처 등의 안(案)이 통과됐으며 특히 내년부터 대외업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기자실을 마련하고 홍보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는 안(案)도 통과시켜 교단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예장고신
이번 예장 고신(총회장 박종수 목사)의 제86회 총회는 고신의료원을 병원체제로 바꾸기로 하여 그 동안 논쟁거리였던 고신의료원 관련문제를 일단락 시켰다는데 가장 큰 수확이라 하겠다. 그리고 은급제 법인설립 청원의 건을 통과시킴으로써 은퇴목회자들을 위한 복지를 강화하게 된 것 역시 중요한 수확이라 하겠다.
한편, 지난해 1년간 유안이 됨으로 이번 총회에 다시 상정된 총회 구조조정안은 총대들이 전체적인 취지에는 공감을 나타냈으나 각 론 부분에서 이견을 보여 부결되고 말았다. 따라서 제86회 총회에서는 새로 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 또 다른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내년 총회에 재상정하게 될 예정이다．
◆ 이단시비와 사회이슈에 관한 건
현재 이단시비와 관련하여 한국교회의 이슈가 된 박철수 목사(새생활영성훈련원)에 대해 예장합동측 평북노회가 가입을 결정한 사항에 대해 총회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해 총회의 '관계금지' 결의에도 불구하고 평북노회가 박철수 목사(새생활영성훈련원)를 회원으로 가입시킨 일이 이번 제 86회 총회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예장합동의 총회에서 총대들의 피해사례 고발 및 박 목사 노회 가입에 대한 강력한 성토가 있은 후 △박 목사의 노회 가입을 취소하고 평북노회는 사과할 것 △이단성 유무에 관해 검증될 때까지 그의 영성훈련원에도 관계치 말 것을 결의했다.
한편 예장통합은 이번 총회에서 박철수 목사에 대해 1년간 더 연구키로 했다. 따라서 내년 총회에서 박 목사의 이단성 유무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박 목사 건 외에 이단시비와 관련하여 예장 통합이 이번 총회에서 결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유빈씨 집회 참석금지 △엄명숙 씨 이단결정 △교회연합신문(발행인 강춘오 목사)에 대한 이단옹호언론 규정 해제 등이다.
예장통합은 그동안 비성경적인 '공개 죄 자백' 사상을 주장해 왔던 이유빈 씨(예수전도협회 대표) 문제와 관련, "죄의 고백과 그에 따른 죄 사함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죄는 하나님께 고해야 한다"면서 "죄를 반드시 공중 앞에서 자백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결론지은 이단대책위원회의 보고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아울러 이유빈 씨 측의 집회에 교단 소속 목회자나 성도들이 참석치 말 것을 또한 결의했다.
그리고 소위 '구원의 3단계 설' 등의 교리를 주장하다가 1961년 자신의 부활을 장담하고 자살함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 박인선 씨의 추종자로 알려진 엄명숙 씨에 대해 이단으로 규정했다. 엄명숙 씨가 박인선 씨의 교리를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 때문이다. 아울러 예장통합은 제 80회 총회에서 이단옹호 언론으로 규정했던 교회연합신문(발행인 강춘오)에 대해서는 해당 신문의 '사과'를 받아들여 해벌 조치했다. 교회연합신문은 이번 총회 직전 예장통합 교단지인 기독공보 2001년 9월 1일자 광고 면에 "귀 총회와 사이비이단대책위원회의 방향에 부응하지 못하여 누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오며 차후 적극 귀 위원회에 협력코자 합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었다.
대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사항
예장 통합은 이번 총회 기간 중 '미국테러참사에 즈음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신임 최병두 총회장이 발표한 이번 담화문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반인륜적인 테러 참사로 수많은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예장통합은 제7차 교육과정 중 종교과목(성경)에 대한 문제로 종교수업 진행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총회에서 교단의 입장을 모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문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의 종교과목(성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독교 사학의 건학 이념을 훼손하지 말아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은 종교과목을 교육과정에 명시해 줄 것, 그리고 고등학교 2·3학년에는 단일선택 과목으로 지정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기독교계 사립학교의 건학 이념에 훼손을 가져오게 될 사립학교 관련법 개정을 결단코 반대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번 각 교단 총회가 보여준 것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나 그나마 약간의 희망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예장 통합측과 합동측 등이 선거전에서 예년에 비해 그리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10억을 넘게 써야 부총회장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점에 비해 제비뽑기 등을 통해 잘못된 제도를 고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교회의 교단 총회는 형식주의와 딱딱한 진행 등으로 축제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또 한국사회의 분열과 깊이 파인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며 비전을 제시하기 보단 누가 총회장이 되고 임원이 되는 가에 너무 많은 노력을 낭비하고 있으며, 사소한 이해 관계에 얽혀 생산적이지 못한 총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가 모름지기 민족과 세계를 향해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여 대안을 제시하며, 나아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함으로 비 기독인과 일반 언론으로부터도 주목받는 총회가 되어졌으면 한다. 아울러 이러한 각 교단의 총회와 우리 교단의 총회를 비교 분석하여 '전도와 선교'라는 우리총회 고유의 독특성을 살려 타 교단의 모델이 되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엄 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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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민주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