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느 언론사의 횡포
송삼용 목사(하늘양식교회)
2011년 11월 08일 (화) 10:20:27 기독신문 ekd@kidok.com
▲ 송삼용 목사
지난 4월 말 초록이 무성하던 어느 날, 저녁 기도 시간에 문자를 알리는 진동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나는 다음 날 영성 강의를 위한 특별 기도와 함께, 깊은 은혜의 세계에 푹 빠져있던터여서 그냥 지나쳤지만 진동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 기도를 중단하고 확인해보니 다급한 문자 몇 통이 도착해 있었다. “목사님~~ 도와주십시오. 내일까지 입금이 안 되면 부도납니다. 살려주십시오…….” 황당하긴 했지만, 극심한 어려움 가운데서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슬며시 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떻게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동정심까지 솟구쳐 올랐다.
실은 그 문자가 도달하기 몇 분 전, 나는 최근 우리 교단에서 화려한 언론의 옷을 입고 등장하여 여기저기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그 언론사 사장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목사님, 목사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도 나지 않고, 목사님만 생각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한번 만 살려 주십시오. 1000만원만 빌려 주세요...” 그렇게 애원하다시피 하는 그 사장의 형편을 들었지만 나는 정중하게 거절한 다음 기도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기도 시간엔 어려움에 처한 그 언론사와 사장을 위해서 기도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렇게 애걸복걸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고민했다.
결국 나는 500만원을 마이너스 통장에서 빌려 R 신문사 S 사장에게 입금했다. 그동안 쌓아온 신의와 우정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약속된 날짜를 몇 번이나 어기자 그제야 나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짜인 각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말만 들어왔던 언론사의 횡포를 내가 직접 당했다고 생각하니 배신감마저 들어 견딜 수 없었다. 그 다음 날 나는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형법 347조 1항”을 언급하면서 “그건 명백한 사기”임을 통고했다. 그러자 다음날에는 100만원을 남기고 입금해줬다. 이번에는 “언론에 공개하고, 교회 앞에 알리겠다”고 압박하자, 그제야 나머지 100만원이 입금되었다.
그 후 S 사장은 내가 몇 년 동안 그 언론사에 올린 글들을 모두 지웠고, 지금은 태연하게 다시 법을 논하며 교계를 활보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위와 비슷한 사례들 혹은 또 다른 언론의 횡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는 점이다. 기실, 언론은 재정에 투명해야 하고 공의를 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언론이 금품에 휘말리면 더 이상 생명력이 없어진다.
그러기에 최근 아무리 법을 운운하며 총회 발전을 위해 별의별 제안들을 한다해도, 적어도 나는 그런 제안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조용하게 교단 발전을 위해서 자문이라도 한다면 그래도 신뢰가 가겠지만, 교단에서 하는 일마다 소위, ‘법’이라는 명분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있으니 심히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우리가 신학이나 법학, 그리고 여타 학문들을 공부한 이유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교회를 세우기 위함이 아니런가! 개혁주의(Reformed) 학문관의 최종점은 ‘하나님의 영광’이다. 그러기에 조나단 에드워즈는 모든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죽는 순간까지 신학을 공부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R 언론사는 남들이 미처 공부하지 못한 ‘법적인 용어’들을 들먹거리고, 교단의 일들마다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총회와 교단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앞장서고 있으니 함께 개혁주의를 주창하는 목사로서 가슴이 저미어온다.
거기에다 각종 금품 수수에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으니 부끄럽기만 하다. 이제라도 그 행보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나 같은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을 우려하면서, 부끄러운 언론의 자화상 앞에 교계 언론인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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