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12년 만에 선거제도를 변경하기로 했다. 9월 20일 97회 총회 넷째 날 정치부 보고에서 총대들은 지역별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총회 현장에서 먼저 제비로 2명을 뽑고 둘 중에 한 명을 직접 뽑는 방식을 선택했다. 제비뽑기에 직선제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절충안은 9월 21일 규칙부를 통과해 내년 98회기부터 실시된다.
총대들은 네 가지 안을 두고 고심했다. 먼저 직접 선거를 해서 2명을 남긴 뒤 제비를 뽑아 당선자를 결정하는 일명 맛디아식 방법, 제비뽑기 후 직접 선거하는 소위 95회 총회 결의 절충안, 총회 임원은 직선제로 하되 기관과 연합 단체는 해당 규칙대로 하고 상비부장은 제비를 뽑는 방식, 현행대로 제비로 정하는 방식 등이다. 총대들은 자유롭게 토론했고, 자연스럽게 제비뽑기 후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여론이 모아졌다.
▲ 김기철 목사는 "12년 동안 후보자를 검증할 수 없었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기독신문>에 절충안을 주장했던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는 "금권 선거를 방지하면서 지도력을 보완하는 방법이 절실하다"며 "12년 동안 후보자를 검증할 수 없었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제비뽑기 후 직선제를 실시할 때 입후보자가 너무 적으면 바로 직선제를 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출마 문턱을 낮추자"며 절충안을 설명했다. 입후보자 자격인 나이, 총대 횟수, 총회 발전 기금 등을 조금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부총회장 이외에 다른 임원들은 당선자가 지목하여 총회 석상에서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임원회를 꾸리자고 했다. 한 지역에서만 부총회장이 몰아서 배출될 것을 우려하면서 5년째 한 지역이 계속 고배를 마시면 6년째는 그 지역 인물로만 제한해서 경선을 실시하자고 했다. 사실상 지역별 구도를 폐지하자는 말이다. 그러자 몇몇 총대들은 "지역별 구도 폐지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철 목사는 "지역별 구도 폐지는 총대들의 여론에 비춰볼 때 어려울 것 같다. 연령과 총회 발전 기금만 낮추자"고 했다.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제비뽑기 약점을 보완하되 지역 구도는 살리자"고 힘을 실었다. 정준모 총회장은 가부를 물었고, 총대들 대다수가 찬성했다. 정 총회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박수하자고 권했고, 총대들은 환호했다.
▲ 정준모 총회장은 제비뽑기 절충안에 대해 가부를 물었고, 총대들 대다수는 절충안을 지지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21일 오전 회무 처리에서 제비뽑기 절충안은 규칙부 보고를 통과했다. 규칙부장 김찬곤 목사는 '총회 임원 선출은 제비뽑기로 한다'는 규칙 2장 6조 2항을 '절충안(제비뽑기+직선제)으로 한다'고 보고했고,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더 세부적인 내용은 5인 연구위원회를 두어 규칙을 다듬고 총회실행위원회에 보고하여 내년 98회기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2010년 95회 총회에서 제비뽑기 절충안은 넷째 날 오전 정치부를 통과했지만 마지막 날 규칙부에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총회 현장에서 진행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추천 선거에서 길자연 목사(왕성교회)가 돈 봉투를 뿌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금권 선거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려워한 총대들은 일부 직선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다시 제비뽑기 제도를 계속하기로 결의했다.
제비뽑기 절충안은 금권 선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행했던 제비뽑기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결정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은 자격이 미달되는 총회장이 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받은 총회장도 있었다. 절충안은 총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력을 총대들이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정도 금권 선거를 막는 방법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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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총회 앞에서 하나님께 묻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