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임기는 1년이었다
16세기 스위스 개혁 교회 전통
입력 : 2011년 07월 25일 (월) 22:36:02 [조회수 : 212] 정연웅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최근 한국조직신학회에서 발간한 <조직신학논총> 29집 (2011년 6월호) 125~153쪽을 보면, 공헌배 박사의 '16세기 제네바의 목양 방식을 통해 본 교역자의 위상'이라는 글이 게재되었다.
공헌배 박사는 에츠마얀 성서문화연구원의 강사인데 그는 이번에 한국교회의 중요한 갈등 요소 중 하나인 목사와 장로와의 문제를 논문의 소재로 삼았다. 그의 논문을 요약적으로 이해하고 해설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한국 칼뱅파 교회에서 나타난 특징 중 가장 심각한 문제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목사와 장로와의 갈등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칼뱅이 '목사와 장로'라는 제도를 만들었다고는 알고 있는데, 칼뱅이 그 역할에 대해 무어라고 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로 인하여 생긴 직무상의 오용은 한국교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칼뱅파 교회에서 주로 야기될 수 있는 결정적 문제 가운데 한 가지는 목사의 청빙 제도와 위임 제도 그리고 장로 선출에 관련되기도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통합 측 헌법을 보면 목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있어도 장로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제도적으로 미약하다. 또한 장로는 70세에 은퇴하도록 되어 있는 항존직(恒存職)이어서 이는 16세기 제네바의 개혁자들의 의도와는 판이(判異)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관습을 제외한 법적 근거로만 본다면 합동 측의 경우에도 통합 측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16세기 스위스의 제네바 교회에서 의도한 바와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학계나 교계의 일부에서는 목사의 독재를 우려하기도 하며 목사들을 공격하는 날카로운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은 16세기의 개혁 교회의 특징을 통하여 교역자의 위상을 다시 살핀 것이다.
'장로 제도'는 칼뱅이 그 원류가 아니다. 제2스위스신앙고백(1566)을 따르면 장로 제도는 고대 교회에도 있었다. 다만 스위스에서는 그 제도를 16세기에 되살렸다. 이 연구를 통하여, 공헌배 박사는 오늘날의 한국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오해하기 쉬운 장로의 역할을 잘 지적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마치 장로들은 목사들을 견제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야말로 결정적인 오해라고 한다. 즉 스위스 개혁 교회의 의도대로 한다면 목사보다는 장로가 견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는데, 첫째, 장로는 매년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1년직 임시직이며 둘째, 장로는 목사의 소환을 받아야 임명될 수 있었고 오늘날과 같이 교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직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장로는 시의회에서 선임되었다. 칼뱅 시대에 법령화된 '교회의 규례들(1541)'을 따르면 장로에게 안수해서 세우라는 말이 없다. 그리고 장로가 임직될 때에는 '선서'하라고 했다. 즉 장로는 안수로 세워지는 직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제2스위스신앙고백(1566)을 따를 때 목사는 '안수'로 세워졌다. 공 박사는 여기서 안수 문제와 연관된 중요한 주장을 했는데 영어로 옮겨진 미국판 제2스위스신앙고백의 오류였다. 즉 미국판 제2스위스신앙고백에서는 라틴어 원문에 없는 'elders(장로들)'라는 단어를 삽입함으로 원문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원문의 뜻을 변질시킨 중요한 사례까지도 찾아내어 밝혔다. 공 박사의 주장을 따를 때 16세기 스위스에서의 목사 입회, 즉 목사 안수는 선임 목사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연구를 따를 때 목사는 '축복(祝福)의 통로'이다. 칼뱅의 교리문답을 통하여 공 박사는 이와 같은 주장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목사'라는 수단을 통하여 교인들을 다스리신다. 따라서 칼뱅이 주장한 바를 따르면 목사들의 독보적 권위는 인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특히 이러한 종류의 권리는 장로와는 공유될 수 없는 목사 고유의 권한이었다. 칼뱅이 말한 목사의 권한 및 권위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칼뱅은 목사들을 치리자로 명명했다. 칼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 : 교회들은 목사들의 치리를 따라야 합니까.
답 : 예,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목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복음적 설교를 겸손히 들어야 합니다. 목사들을 경멸히 여기고, 목사들의 말 듣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버리고 교회 공동체에서 신도들의 사귐을 떠나는 사람입니다(마 10:40, 눅 10:16).
문 : 목사들에게 한 번 가르침을 받으면 충분합니까? 아니면 계속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까?
답 : 만일 열심히 추구하여 목사들의 가르침을 항상 끈기 있게 지속하지 않는다면 시작하는 것이 의의(意義)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학도가 되어야 합당하기 때문입니다. 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우리를 가르치기 위하여 교회에 목사들을 임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공헌배는 그의 연구에서 스위스의 개혁 교회에서 만든 직제의 구조를 살폈는데, 그 구조는 4중직으로서, '목사, 신학 교수(박사), 장로, 집사'였다. 여기서 주의를 기울일 것은, 1번 목사, 2번 교수, 3번 장로, 4번 집사이다. 물론 츠빙글리의 선언(1528)이나 불링거의 제2스위스신앙고백(1566)을 감안할 때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은 '형제'이므로 평등할 뿐만 아니라 "고대 교부 시대에는 아무도 누가 누구보다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인 면이나 역할에 있어서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4중직을 볼 때 '장로'는 목사보다 순서가 뒤에 가 있다. 그리고 목사 다음은 장로가 아니라 신학 교수였다.
16세기 스위스에서는, 교회의 규례(Draft Ecclesiastical Ordinances, 1541)를 다룸에서 '목사의 직무'에 대해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그러나 장로에 대해서는 한 페이지 가량의 설명으로 마감했다. 그런데 집사에 대한 설명은 장로의 직임에 대한 설명보다 더 길다. 그가 연구한 바를 따르면 장로의 직분은 다음과 같다.
1. 삶에 있어서 모범을 보이며 타인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
2. 소(小)위원회에서는 두 명을 선택하고, 60인 위원회에서는 4명을, 그리고 200인 위원회에서는 6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도시에서 모든 사람들을 감시한다.
4. 목사들의 소환을 받아야 선출될 수 있다(즉 목사들의 개입 없이는 선출될 수 없다).
5. 일 년에 한 번은, 연말에 반드시 시의회(seigneury)에서 그 직무(장로)를 계속 수행하게 할 것인지, 그만두게 할 것인지를 허락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당하게 그 직무를 그만두게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의도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된다.
첫째, 장로는 시민회의 또는 시의회의 위원회에서 선임되었고 장로의 직무는 '컨시스토리(consistory)'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장로들은 오늘날과 같이 교인들의 투표에 의한 직접선거가 아니라 시의회의 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선임된 간접선거였다. 둘째, 그럼에도 장로는 목사들의 소환하에 선출될 수 있었다. 셋째, 장로는 시의회가 관리했던 직임이었고 그 임기에 관한 심의는 시의회(seigneury)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당회도 노회도 없었다. 다만 교회와 시의회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을 뿐이었다. 설령 장로들의 사적인 모임이 있었고 목사들은 매주 주기적으로 모여 제네바시 전체의 목양을 논의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노회는 없었다.
이정숙 박사의 견해를 따르면, 오늘날의 노회와 견줄 만한 역할은 '컨시스토리'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에 목사들은 컨시스토리의 당연직 판관이었고 장로들은 시의회에서 파송된 총대(?)직 판관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장로들은 기본적으로 시의회의 '의원들'이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로서, 매년 2월에 '컨시스토리'로 파송을 받은 사람들인데 그때 파송 받은 시의원들의 임기는 1년이었다. 파송되는 숫자도 12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바로 그들을 일컬어 '장로'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16세기 당시에는 오늘날 한국에서 보는 개(個)교회의 당회란 없었다.
한국교회에서는 바로 이 점을 숙고해야 한다. 스위스의 개혁 교회가 창안한 장로들의 임기는 1년이었다. 따라서 16세기 제네바에서의 장로들은 철저하게 임시직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바로 이 부분에 있어서 거꾸로 되어 있다. 즉 노회에 소속된 회원인 목사는 임시직이고 개혁 교회에서 임시직으로 정해 놓았던 장로는 항존직이 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제네바 개혁 교회의 뜻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임시직이어야 할 장로는 항존직이 되어 있고 항존 직분자로서 노회의 회원이며 노회에서 공식적으로 파송 받아야 할 목사가 오히려 임시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목사의 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목사의 독재를 제도상의 문제 때문으로 볼 수는 없다.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칼뱅파 교회처럼 목사에게 불리한 법을 적용한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제도를 연상해 보자. 임시 목사나 전도사의 임기는 1년이었다. 예장통합 측의 경우, 최근에야 비로소 임시 목사의 임기를 3년으로 개정했다. 그랬다면 교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교역자는 해마다 재(再)청빙을 받아야 했다는 말인데 장로들이나 교인들은 그 제도를 악용하여 목사를 내쫓는 근거로 활용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목사는 장로의 비위를 거스르기 어렵게 된다. 그러면서 비공식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명 '부흥회'로, "목사에게 잘하시오"라든가, "목사에게 잘못하면 벌 받습니다"는 종류의 미신을 퍼뜨려 공포를 조성해 왔다. 즉 정상적 방법으로는 목양이 어렵도록 만들어 놓은 점도 있다. 따라서 목사들은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도록 강요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장로는 임시직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장로는 한국처럼 특이한 계층에 속하기 어렵다. 즉 미국에서는 청년이나 청년회장도 장로를 한다. 또 미국에서는 장로를 해 본 사람들의 수가 많다. 즉 웬만하면 한 번씩 장로의 직분을 돌아가면서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견줄 때 한국의 장로들은 개신교회 전통에도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또한 장로가 70세에 은퇴하는 항존직은 서구나 미국 칼뱅파 교단의 사태가 아니라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따라서 16세기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행해진 목양의 형태는 목사가 '섬김의 종'이라든가, 평신도의 역할이 '만인 교역자론' 식으로 이해된 것이 아니었다. 16세기 제네바의 행태를 따르면 목사는 '치리자' 즉 통치자였으며 판관(判官)이었다. 다시 말해 교인들을 다스리고 교육하는 사람이었지 교인들을 '섬기는 종'이 아니었다. 당연히 공화정의 형태를 추구한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그랬다. '목사(minister)'라는 말이 '종(servant)'이라는 의미를 가질 때에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말씀을 위한 종'이었지 '인간을 위한 종'이 아니었다. 따라서 '만인 제사장론'의 오용으로 인한 '만인 교역자론' 식의 이해는 옳지 않다. 공 박사는 논문에서 그 당시 목사들의 인상적인 신분을 소개했는데 16세기 스위스에서의 목사들은 시(市)에 소속된 고위직 공무원이었다. 그 당시에 있어서 목사가 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오늘날 한국의 칼뱅파 교단에서 명시한 목사와 장로, 혹은 집사 등에 관한 이해는 칼뱅 시대의 제네바와는 차이가 크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 일부에서는 '목사의 독재'를 우려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肢)교회들의 상황으로 들어가 보면 '장로들의 횡포'로 인한 사례들도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의 직임에 있어서 '목사 계층'만을 겨냥하여 예리한 비판들을 쏟아 내는 학계나 교계 또는 사회의 비판들을 무작정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교회의 1937~1944년대 판례를 살펴볼 때, 평안도 '선천' 지방의 교회에서는 '목사'가 '장로'의 직무 수행을 정지시킬 수 있었으며 또한 투표가 아닌, 목사가 장로 후보자를 '지목(指目)'함으로 노회의 인준을 받아 장로를 세운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즉 일제강점기 말까지만 해도 목사의 권한으로 장로를 '정직(停職)'시킬 수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광복 이후 교파가 갈라지면서 특별히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한, 소위 '교회의 민주주의'라는 인식으로 말미암아 장로나 평신도의 권위나 권리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회의 관습도 일제 강점 시대의 행태와는 달랐다.
그러나 16세기 스위스의 경우에는 공화정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권위에 대해서만큼은 충분할 정도로 인정했다. 스위스의 개혁 교회에서는 '장로' 때문에 '목사'의 목양이 어려울 정도로 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만약 한국에서 목사의 목양이 심히 어렵다거나 목사의 독재가 우려된다면 그것은 16세기 스위스의 개혁 교회의 방침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16세기 스위스 개혁 교회의 제도를 깊이 참고하여 목사와 신학 교수, 장로와 집사의 직제 개편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부디 한국교회가 개혁 교회 전통에도 없는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벗어나 진정한 개혁 교회 전통에 서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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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집사에 대한 권고사직 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