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매거진] 주요이슈 - ‘단골 헌의안’ 총회 선거제도 해법은 2012년 09월 03일 (월) 16:17:29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결국 종착역은 금권선거 방지 대책
‘리더십 회복 위해 직선제 복귀’ 의견 탄력 속 제비뽑기 지지입장도 견고
양 제도 수정안도 힘 얻어가…부정선거 막는 실효장치 마련 공감대 우선
성경적 방법으로 호감을 받던 제비뽑기식 선거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총회의 단골 헌의 메뉴가 됐으며 교단의 리더십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제비뽑기가 거론되면서 어떻게든 바꿔야 된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제비뽑기 방식이 헌의안으로 올라왔고 다양한 방법들까지 제시되는 등 쟁점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존속론과 직선제 환원, 혼합식 수정론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제비뽑기에 대한 여론의 실상과 추이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총회의 강력한 리더십 구축을 위해 현행 제비뽑기는 수정 또는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그러나 존속 주장도 적지 않아 올해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예장합동총회는 2001년 제86회 총회 이래 제비뽑기 방식으로 총회 임원을 선출하고 있다. 국내 교단 가운데 유일하다. 제비뽑기 제도는 2000년 제85회 진주교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제86회 총회에서 한명수 목사를 제1회 제비뽑기 부총회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지금까지 12명의 부총회장이 제비뽑기로 선출되었다. 그 중에는 본분을 충실히 감당한 이도 있고, 또 리더십 문제로 외부 정치세력에 의해 흔들리는 등 곤경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또 정치적 감각의 부족과 상당한 전문식견이 요구되는 연합활동에 있어서 연속성과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 고전하는 모습도 없지 않았다.
제비뽑기가 등장하게 된 원인은 금권선거를 막자는 것이었다. 세상에 모범을 보여야 할 교회가 추악한 금권선거로 오히려 지탄받는 지경에 이르자 수 십 년간 시행해 오던 선거방법을 전격 바꾼 것이다. 그러나 한쪽 벽을 막으면 다른 쪽이 터지듯 금권선거는 막았으나 변형된 담합이나 금품수수, 선관위의 정치적 행보 등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사실 리더십 문제는 폐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단의 위상이 추락하고 무기력에 빠지며 하극상이 일어나는 등 정상을 벗어난 현상들이 벌어지는 것은 리더십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행 일관성 없는 교단의 선거제도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총회는 제비뽑기를 모범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총무선거를 비롯해 산하 기관들 중 일부는 직선제를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 이는 교단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있지만 편의적 사고로 교단의 기강을 흐트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원칙을 고수하지 못하는 활동도 혼란을 야기시키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간 선관위의 판단을 두고 법정공방이 벌어지기도 하고 자격심사를 앞두고 금품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기 때문이다.
금권 막았지만 리더십 타격 심각
이러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제비뽑기를 폐지하고 어떠한 방법이든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대두하고 있다. 일각에서 직선제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금권선거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당장 직선제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면서 수정론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제비뽑기와 직선제, 수정론 등이 있다.
먼저 직선제 주장의 논점은 확실하다. 제비뽑기는 비성경적 반성경적 제도이기에 교단 헌법대로 직선제를 무조건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총대들이 후보들을 직접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금권선거 차단 대책은 성숙한 의식과 신앙적 가치에 호소할 뿐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선거관리를 외부에 의뢰하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실현 가능성 면에서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제비뽑기 원안 고수 의견도 적지 않다. 문제는 금권선거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배재군 목사(동원교회)는 “제비뽑기만이 금권선거를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며 교단의 권력에 따른 분열을 막는 유일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총회헌법(정치 제1장 원리 제6조 직원선거권)에 따르면 “어느 회에서든지 그 직원을 선정하는 권한은 그 회에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에 총회가 임원선거 규칙을 제비뽑기로 제정해 시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합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근래 거론되고 있는 수정론은 2 가지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소위 맛디아식 선출방법이다. 이 방법은 총회선거규정에 따라서 입후보자들을 선관위가 일차로 검증하고, 검증을 통과한 이들에 대해 전 총대들이 직선제 투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직선제를 통해 2인으로 압축하고 2인을 놓고 제비뽑기를 통해 최종 한 사람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역맛디아식으로 처음에 제비뽑기로 2인을 선출하고 현장에서 직선제로 한사람을 가리자는 것이다. 그것이 금권선거도 막고 직선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입후보자가 2인일 경우에는 제비뽑기로 선택하자는 것이다.
현재 두 주장은 맞서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맛디아식 방식을 지지하는 측은 결국 투표로 최종 후보자를 선택하게 되면 후보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과거처럼 전 총대를 상대로 투표전을 벌일 수 있다며 금권선거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반면 역맛디아식 제도를 지지하는 이들은 맛디아식 선거방식을 취하면 리더십을 사전에 확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평가하고 있다.
선거제도 놓고 의견 팽팽
이같은 주장들을 종합해 볼 때 제비뽑기 찬반론자와 수정론자들의 의견은 원칙론과 현실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비뽑기 찬성쪽은, 제비뽑기는 성경적이며 완벽한데 다만 시행세칙과 운영하는 사람들의 부족함 때문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비뽑기 폐지 쪽은 제도 자체가 문제이며 리더십 형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금권선거에 대한 우려는 상존하고 있다. 제비뽑기를 지지하는 이들은 직선제로 돌아갈 경우 금권선거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박광재 목사(영광교회)는 “금권선거나 부정선거를 고발이나 고소하는 사람에게 50배의 보상금을 주고 부정선거를 자행한 후보자와 선거 사범에게 50배의 벌금을 물린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를 통해 금권선거를 막으면서 제도개선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는 “금권선거가 잘못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성직 면직이나 고발조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총대 다수도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경우 총회가 무겁고 강력한 법을 만들고 구속력 있는 시행을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방법도 필요하지만 시행 의지가 관건
이밖에 선거제도와 관련 현행 3개 지역구도를 폐지하고 전국구 단위로 후보에 출마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제비뽑기 찬반 그룹 모두 좋게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후보 연령 하향화, 총회 발전 기금 인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도직 선출 위한 임시방편 제도일 뿐”
“구약 제도 계승…칼빈 역시 지지했다”
과연 제비뽑기는 성경적인가
제비뽑기를 처음 실시하게 됐을 때 그 근거는 성경에서 차용했다. 성경에는 구약시대부터 제비뽑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판별한 사례가 다수 나오기 때문이다. 레위기 16장 8절의 아사셀 염소를 선택한 방법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들어가서 얻을 땅을 분배한 것(민 26:55 등), 성소에서 일할 사람을 결정하거나(대상 24:5 등), 바벨론에서 돌아온 백성 중에서 예루살렘에 살 사람들을 정한 일(느 11:1)이 그것이다. 요나를 바다에 던질 때(욘 1:7), 아간의 숨은 범죄를 찾을 때(수 7:14)도 제비뽑기는 사용됐다.
신약성경에서 제비뽑기를 사용한 예는 세 군데다. 아비야 조에 속한 제사장 사가랴가 성전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그곳을 지키던 군인들이 예수님의 옷을 나눠가질 때, 사도행전에서 예수님 승천 후 남은 열한 제자들이 맛디야를 보선했을 때였다.
그러나 성경에 이렇게 나열이 되어 있다고 해서 성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지난 2008년 여름 <신학지남>에 박건택 목사는 기고문을 통해 “구약의 제비뽑기는 아무런 조건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행한 것으로 자격을 정해놓고 최종적으로 제비뽑기를 한 맛디아의 경우나 총회장 선출방식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사도 뽑기도 구약과 다른데, 사도행전의 경우 구약적 방법으로라도 한명의 사도를 보충하려고 했던 것은 그들의 직무가 다름 아닌 예수님이 직접 뽑아 세우신 사도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사도란 특별한 선정조건이 선행되어야 했는데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후보자 두 사람이 추천되자 사도들과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님이 다른 방법을 명령한 적이 없었기에 제비를 뽑아 하나님의 뜻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즉 제비뽑기는 예수님의 승천 후와 성령강림 전 시기에 긴급하게 시행되었던 임시방편이며 이후 성령 강림 후에 교회는 성령의 인도를 따르게 되었으므로 더 이상 임시방편적인 제비뽑기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직선제를 지지하는 총회 관계자들은 이같은 신학적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성경에 제비뽑기 사건이 70여회 기록되어 있다는 데는 직선제 주장자들과 의견이 같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제비뽑기는 일회성이 아니라 구약의 제비뽑기를 계승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점이 차이가 있다.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라고 여겼고 제비뽑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효과적으로 구할 수 있다고 여겼다는 점은 구약과 마찬가지 맥락이라는 주장이다.
또 장로교의 창시자 요한 칼빈이 사도행전 1장 20절 이하 주석을 통해 제비뽑기를 지지한 기록도 내세운다. 칼빈은 “사람들이 제비를 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서 제비뽑는 일을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제비뽑기 선거는 합법적이고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구구한 해석들과 이에 대한 반론들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은 개혁주의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개혁주의 차원의 새로운 신학적 입장 정리가 나와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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