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교단 정책 탐구] (2) 예장 합동2012.10.17 18:04
용역… 가스총… 총회 후유증 커 험로 예상
제97회기 예장 합동(총회장 정준모 목사) 총회에서는 제대로된 정책을 찾아 보는게 쉽지 않다. 교단이 장기 프로젝트를 마련하지 않고 납골당 문제와 같은 정치적 이슈에 함몰된 데다 총회장의 갑작스런 파회 선언으로 심한 내홍마저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수의 노회장들은 ‘총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통해 총회장 불신임과 총무 해임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식물총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총회에서 교과서 개정, 전력 피크제 시정, 이단사이비 대책 등 타 교단에 영향을 끼칠 만한 안건은 급작스런 파회선언으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용역동원과 가스총 등장 등의 혼란 속에서도 선거제도 변경,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 대책, 목회자 세금납부 관련 연구위원회 설치 건은 논의됐다.
선거제도는 예장 합동이 교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예장 통합, 기감, 기성 등 다수의 교단에서 금권·부정 선거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예장 합동과 같은 제비뽑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10년 넘게 제비를 뽑아 총회 임원을 선출하던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변경했다. 2013년 9월 개최되는 제98회 총회부터 시행되는 ‘제비뽑기+직선제’는 임원 후보 중 제비뽑기로 2명의 후보를 선출하고 직접 선거에 들어가 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후보자 검증은 물론 민주적 정치 원리에도 부합돼 타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현행 지역 순번제에 따라 후보를 배출하는 지역 구도를 유지하면서 적용된다.
예장 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종자연에 대한 교단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을 즉각 취소하기 위해 전국 성도들의 서명을 받기로 했다. 목회자 세금납부 문제는 연구대책위원 5인을 구성해 연구키로 했다.
눈여겨 볼 점은 ‘재판국 등 모든 상비부서에서 상호 이권을 위한 부정한 금권거래에 참여한 자는 총대에서 영구 제명키로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이티 구호금 전용문제나 납골당 문제 등에서 발생한 재정비리를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들어있다. 또 총대 의석, 결의 정족수 및 회의 진행과 관련해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노회별로 좌석 과반이상 이탈할 경우 차기 총회에서 총대권을 제한한다’는 헌의안을 통과시켰다.
2013년 10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와 관련해 교단의 정책적 반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WCC 신학사상 문제로 1959년 예장 통합과 갈라진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예장 합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WCC대책위원회에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정준모 총회장이 “WCC 신학과 운동을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강조한데다 총회 개혁을 바라는 노회장이 다수 포함된 비대위조차 “개혁주의 정통 신학과 신앙을 사수하며 WCC와 관련 교단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천명해 WCC와 관련된 교계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연합기관과의 관계 설정, 찬송가 문제를 처리할 5인특별조사처리위원회 구성을 임원회에 맡겨 처리키로 했지만 총회장 불신임·총무 해임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상적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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