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감독제·제비뽑기 선거법
입법의회 이슈 점검①
2007년 10월 11일 (목) 09:32:53 곽인 부장 mercykwak@hotmail.com
제27회 총회 정기입법의회가 두 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29일 예년에 비해 4개월이나 앞당겨 첫모임을 알렸던 장정개정위원회(위원장 김진호 감독, 이하 장개위)는 10여 개월에 걸쳐 개정안을 마련하고 최종 자구수정작업에 들어갔다. 지엽적인 것은 손대지 않고 감리회를 변혁시킬 핵심사안만 선별해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 장개위는 공청회를 통해 감독제도와 선거법, 신은급제도, 교역자진급과정, 본부조직개편 등을 이번 장정개정의 주요사안으로 제시했다. 본지는 입법의회에 임할 입법위원의 판단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핫이슈가 될 주요사안에 대한 내용과 찬반여론을 2회에 걸쳐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 4년 전임 권역 감독제도
찬성 "감독수 축소 … 영적지도자 권위회복 효과 기대"
"교역자 파송 등 실권 없는 상태에선 예산만 낭비" 반대
⊙ 제비뽑기 감독선거제도
찬성 "차선이지만 현실적 … 현실 두고볼 수 없지 않나"
"대의민주주의 배치 … 자격미달자 당선될 수도" 반대
4년 전임 권역별 감독제도
○… 장개위에서 마련한 이번 장정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현행 2년 겸임 연회감독제도가 4년 전임 권역별 감독제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감독제도는 감리회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기에 장정 가운데서도 핵심이 되는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자 본지를 통해 공고된 헌법개정안 중 신설하는 권역별 감독제도에 관한 문안 일부를 옮겼다. 제4장 감독회장과 감독 [83]단 제18조 각 권역별로 다음과 같이 감독을 둔다. ②감독을 선출하는 권역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권역(서울연회, 서울남연회)(신설) 2권역(중부연회)(신설) 3권역(경기연회, 중앙연회)(신설) 4권역(동부연회, 충북연회)(신설) 5권역(남부연회, 충청연회, 삼남연회, 호남선교연회)(신설) ④ 감독의 임기(개정) 1. 감독의 임기는 4년 전임으로 하고 임기를 마친 후에 은퇴한다.(개정)
이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제안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의 10개 연회를 그대로 유지하되 규모에 따라 2-3개씩 연회를 묶어 5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로 한 명씩 감독을 선출해 연회를 치리토록 하는 제도다. 이때 권역별 감독의 임기는 4년이며, 현 감독회장과 같이 교회담임을 하지 않고 연회치리만 전담하는 전임감독직을 수행한다. 권역별 감독은 임기를 마친 후 은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런 개정안이 나온 데는 매 2년마다 연회에서 배출되는 감독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감독의 희소성과 권위가 낮아지고, 특히 소규모 연회의 경우 차기감독으로 세울 지도자 확보가 어렵다는 인물난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은퇴감독을 제외한 감리회 감독만 약 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장개위는 5개의 권역을 통해 감독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한편 감독의 임기를 4년으로 늘려 이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장개위는 연회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몇 가지의 장점을 제시했다. 겸임제의 경우 교회와 연회사역을 병행하다보니 한쪽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연회치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임제가 좋다는 것이다. 또한 총무중심의 연회운영이 감독중심의 연회운영으로 전환, 예산절감효과 발생, 현 감독회장의 과중한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감독의 임기 연장과 관련, 연회감독 2년의 임기는 연회를 파악하고 사역을 실행하는데 너무 짧을 뿐 아니라, 4년 임기의 감독회장과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개위에서 연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권역별 4년 전임 감독제’가 감독제도의 핵심으로 부각된 데는 무엇보다 신경하 감독회장과 팀웍을 이루며 지난 회기동안 감독직을 수행했던 10개 연회감독들의 경험에 근거한 발의였다는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이같은 권역별감독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감독을 10명에서 5명으로 줄이면 감독의 희귀성과 권위를 상승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겠지만, 반대로 지도자가 권위주의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다원제 감독제로 인해 감리교회가 퇴보하거나 교단이 위축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감리회의 골간이 되는 헌법사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감리회보다 큰 교단들도 총회장 한 명이 겸임직으로 잘 운영하고 있고, 전임감독의 대우에 들 예산이 만만치 않을 것이며, 연회가 강화되면서 연회운영을 위한 에너지 집중으로 선교 동력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감독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연합감리교회(UMC)의 경우 감독에게 목회자 파송권과 감리사 선임권이 있어서 강력한 지도력 행사를 할 수 있고, 그만큼 업무량이 많지만, 파송권과 감리사 선임권이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감독의 주요업무는 회의를 주재하는 일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 권역별로 감독이 선출될 경우 인정상 출신연회에 편중된 치리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권역별로 감독이 선출되더라도 공정성을 위해 UMC처럼 출신연회가 아닌 다른 연회로 파송해 정치적 인맥(人脈)형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보완책과 권역별 감독이 돌아가며 감독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감독회장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권역별 감독제도는 헌법사항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회의에 참석한 입법회원 ⅔의 찬성이 필요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삼수' 도전하는 제비뽑기
○… 장개위에서는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법을 기존의 투표에 의한 선거방법에서 ‘제비뽑기’방법으로 대폭 수정했다. 더 엄밀히 정의하면 ‘직접선거방식을 가미한 결선 제비뽑기방법’으로의 선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선거절차가 제비뽑기로만 진행될 경우 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기존의 투표방식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먼저 선거권자가 3명을 기표해 상위 득표자 3인을 선출한 후 입후보자가 제비뽑기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제비뽑기방법을 풀어 설명하면, 감독선거의 경우 먼저 장정에서 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한 입후보자가 소정의 등록금을 납입한 후 각 권역별로 입후보한다. 이때 입후보자의 숫자에는 제한이 없다. 선거일이 되면 선거인단은 투표 장소에 모여 등록한 입후보자 가운데 자신이 마음에 정한 3인을 준비된 투표용지에 기표한다. 1차 투표로 선출된 상위득표자 3인은 자신이 직접 제비뽑기를 해서 해당 권역의 감독으로 선출되는 방식이다. 만약 입후보자가 3명 이하일 때는 선거권자의 기표 없이 바로 입후보자가 제비뽑기에 들어간다.
즉 후보자 자격규정을 통해 1차 검증을, 선거인단의 투표로 2차 검증을, 마지막으로 검증된 후보 가운데 감독으로 선출되는 것은 제비뽑기로 하나님의 뜻에 맡긴다는 뜻이다. 감독회장 선거방식 역시 감독선거와 동일하다.
감독선거에 제비뽑기방법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지난 2004년 제25회 입법의회에서 35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고, 2006년 제26회 입법의회에서도 재도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두 차례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제비뽑기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번 입법의회에서 제비뽑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이전 장개위에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는 제비뽑기안이 위원들로부터 구체적으로 발의되었다는 점과 더 이상 기존의 선거방법으로는 깨끗한 선거를 유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극에 달한 것을 꼽고 있다. 즉 최선의 대안이 없다면 제비뽑기 방식을 한시적이나마 차선책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제비뽑기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제비뽑기제도가 대의민주주의 선거제도와 배치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권자들의 투표로 한번 걸러낸다고 하지만 자격미달의 후보자가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수년 동안 ‘제비뽑기’로 총회장을 선출해온 예장합동 측의 경우 최근 들어 제비뽑기로 인한 지도력 누수에 대해 심히 염려하며 직접선거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예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장단기발전위원회(위원장 권오서 감독)에서 이원규 교수(감신대)에게 위탁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현행감독선거제도 개선안으로는 ‘현행제도와 제비뽑기 절충 형태’(34.4%), ‘제비뽑기’(29.7%), ‘정회원 모두에게 투표권 부여’(20.3%), ‘현행대로’(9.8%)로 나타나 제비뽑기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64%를 차지하고 있어 다수의 목회자가 제비뽑기에 대한 호감이 의외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권역별로 감독을 뽑을 경우 크고 작은 연회가 묶여 있는 상태에서 유권자의 투표로 후보자 3명을 1차 선택할 때, 큰 연회에서 출마하는 후보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과 3명의 후보자에 선출되기 위해 여전히 금권선거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혹여 제비뽑기로 지도력이 미흡한 지도자가 선출된 경우 4년이라는 긴 기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비뽑기가 이번 정기입법의회에서 통과되면 당장 내년부터 이 제도에 따라 감독이 선출된다.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장개위는 내년에 선출될 신임 감독회장과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2008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효율성이 있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감리회의 미래를 기획하는 입법의회가 24일부터 시작된다. 입법위원들은 개정안에 담긴 득과 실을 잘 가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곽인 부장의 다른기사 보기
|
|
0
17855
1191
1133 
장정개정 공청회 … 선거법·교역자고시 ‘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