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구호품 분배‘추첨’
240만 이재민 기아·질병으로 내몰아…국제사회 맹비난
2008년 06월 04일 (수) 15:26:10 이미영 chopin@kidok.com
▲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집을 잃고 떠도는 이재민들이 구호품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240만명에 달하는 이재민들은 현재 기아와 질병으로 인한 또다른 죽음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진=정형권 기자
지난달 23일 유엔과 ‘국적에 관계없는’ 해외 구호인력 전면 수용에 합의했던 미얀마 군정이 참사 1개월이 지나도록 해외구호를 거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미얀마 군정이 일부 해외에서 들어온 구호품을 이재민들에게 ‘추첨’으로 분배하기까지 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월 3일 <알-자지라> 방송은 태국과의 국경 지역 매솟(Mae Sot)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이재민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사들이 그의 마을에서 소량의 구호 물품을 추첨을 통해 나누어준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각 가정에서 한 사람씩 군인들이 나누어주는 번호를 하나 받으면, 군민들이 추첨을 해서 구호품을 받을 가정을 정했다.”
그나마 추첨으로 구호품을 받은 가정조차 기아를 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백 명의 가정이 겨우 달걀 하나, 분유 6캔, 감자 하나를 얻었다. 그나마 추첨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또한 미얀마의 한 전직 군인은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군정이 기아와 질병을 견디지 못하고 태국 국경을 넘는 이재민들에게 검문소에서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미얀마 군정이 제2의 재난을 자초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처럼 미얀마 국민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안, 미얀마 군정은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정부 상하 양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신헌법을 통과시키는 등 장기집권과 체제유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정은 신헌법 찬반 투표가 비민주적인 절차로 이루어졌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아웅산 수치 여사와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주요 인사들을 가택 연금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한편,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와 국제적십자연맹, 옥스팜 등 주요 국제구호기구 및 구호단체들은 군정의 승인을 받지 못해 나르기스 최대 피해 지역인 이리와디 삼각주에 들어가지 못한 채 양곤에 발이 묶인 상태라고 <AP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또한 구호물품을 실은 군정을 미얀마 인근 해역에 정박하고 군정의 승인을 기다리던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군정의 승인 거부에 구호를 포기하고 철수를 했거나 철수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국제사회의 구호를 허용치 않는 미얀마 군정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미얀마 군정이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현재 유엔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은 나르기스로 인한 희생자가 20만 명, 이재민은 2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재민 중 절반 이상인 100만 여명은 사이클론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황을 외부로 알리지 꺼리는 미얀마 군정에 의해 구호의 손길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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