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한귀총'
금권 선거 문책, 구조 개혁, 회개 전혀 없어
입력 : 2011년 07월 09일 (토) 13:09:49 [조회수 : 903] 김은실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 한기총 특별총회장의 현수막이 늘어졌다. 공교롭게도 '한국 기독교'라고 쓰인 부분이다. 한 누리꾼은 "떨어진 한국 기독교, 그 아래 남은 것은 권력의 자리와 그것을 탐하는 목사들. 우리의 현실을 보여 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길자연 목사가 오매불망 그리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인준을 받았다. 길 목사가 인준 소감을 말하기 위해 강단 위로 올라가자 위에 걸린 현수막이 아래로 늘어졌다. 떨어진 부분에는 공교롭게도 '한국 기독교'가 쓰여 있었다. 사진을 본 한 누리꾼은 "떨어진 한국 기독교, 그 아래 남은 것은 권력의 자리와 그것을 탐하는 목사들. 우리의 현실을 보여 줍니다"고 했다.
금권 선거 의혹이 있는 길자연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인준하면서 한기총은 도덕성을 스스로 내팽개쳤다. 목사들은 돈을 뿌렸다고 지목된 사람을 기꺼이 자신들 대표로 뽑았다. 총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금권 선거 당사자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했지만 무시됐다. 결국 아무도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축제 분위기 속에 총회가 끝났다.
극적인 변신을 보여 준 사람은 이광선 목사다. 그는 올해 2월 금권 선거를 고백하며 교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 목사는 "한기총 개혁을 위해 금권 선거를 고백했다"며, "금권 선거 당사자로 지목된 길자연 목사의 침묵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한기총이 부패했지만 자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랬던 그가 한기총 만세를 외쳤다. 누가 한기총에 돌을 던질 수 있냐며 되레 큰소리까지 쳤다.
길자연 목사도 금권 선거 의혹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인준안 통과를 즐겼다. 자신을 공격했던 이광선 목사를 "존경하게 됐다"는 아량까지 보였다.
한기총은 총회를 기점으로 한기총을 정상화하겠다는 분위기다. 이용규 목사는 "총회 결과는 총회대의원들이 투표로 결정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이번 사태는 한기총과 각 교단 등 모두가 스스로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특별총회 결정을 수용하고 하나님 뜻으로 받아들여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 길자연·이광선 목사는 서로를 향해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동안 늘어진 현수막을 다시 걸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생색내기용 개정안 통과
일단 대표회장에 관한 선거 규정과 총회 직선제, 불법 선거 제제 규정은 가결됐다. 대표회장 자리를 두고 이번 사태가 벌어진 탓에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구조적 개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총회대의원은 당연직 폐지를 부결했다. 당연직 총회대의원과 실행위원의 대부분은 대표회장이 임명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은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대표회장에 의해 마구 신설되거나 증원되곤 했다.
한기총 내 감투도 그대로다. 명예회장 회의를 단순한 자문 기구로 변경하려는 안건이 부결되었고 부회장과 사무총장 폐지안도 부결됐다. 명예직을 탐내는 목사들의 줄서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백종국 교수(경상대)는 이번 개정이 대단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되려면 수평적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상임직 등을 폐지하고 교단장 협의회 수준으로라도 개편했어야 한다"고 했다.
▲ 한기총의 구조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감투를 탐내는 정치 목사들의 줄서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앤조이 유영
2011년, 2013년 대표회장 거래?
대표회장 교단 순번제도 모종의 거래가 있어 통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3년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통합이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회원 교단을 교회 개수에 따라 크게 세 개 군으로 나누었다. 7,000 교회 초과 교단은 가군, 7,000 교회 이하 1,000 교회 초과 교단은 나군, 1,000 교회 이하 모든 교단은 다군이다. 후보 추천은 군별 순서에 따라서 한다. 군별 순서는 나-가-다-가-나-가 이다. 같은 군에 2개 교단만 있으면 교대로 후보를 추천한다.
2010년 12월 21일을 기준으로 가군에 속하는 교단은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두 곳이다. 예장합동 소속인 길자연 목사가 17대 대표회장이므로 내년 대표회장은 나군이나 다군에서 선출하게 된다. 2013년에는 다시 가군 차례이며 예장통합에서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2013년은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WCC)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예장통합은 WCC의 성공적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광선 목사는 특별총회 이임 인사에서 WCC 성공적인 개최를 바란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13년에 한기총 대표회장을 예장통합에서 선출하면 WCC를 치르는 데 힘이 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군 순서가 되는 해에 개정안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가,나 군에 속한 회원들이 다군 소속 대표회장을 반대하고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머릿수로 밀어붙인다면 정관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네트워크)의 남오성 목사는 "이번 특별총회는 한기총이 왜 해체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증명한 위대한 역사다. 금권 선거 조사, 책임자 문책이 없었으며 문제 장본인인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었다. 이광선 목사는 한기총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전혀 회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나라 그리스도인들의 분노만 증폭시켰다"고 평했다.
네트워크는 앞으로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100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소속 단체와 교단들에게 탈퇴를 권유하는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한기총은 이번 특별총회에서 대표회장 자리는 채웠지만 결국 더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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