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관리 벗어나 ‘100일 만에’ 교회 품으로
■ 개신안 및 대표회장 인준 처리한 한기총 특별총회 결산
2011년 07월 13일 (수) 17:35:25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개정안 일부·선거규정 통과 ‘개혁단초 마련’ 평가
길자연 목사 인준 “더이상 혼란 막자” 총대 의지 결집
법원의 치리를 받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100일 만에 다시 교회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7일 열린 ‘특별총회’는 법원의 허가 속에 5가지 개혁안이 다뤄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 ‘통과’를 이뤄내면서 개혁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길자연 당선자의 대표회장 인준도 이뤄졌다. 267명의 총대 중 200명의 지지를 얻어 길자연 목사는 다시 대표회장직에 복귀했다. 하지만 아직 법원의 가처분 결과 취소와 범대위의 본안소송 취하 등 해결과제는 남아 있다. 한기총 개혁과 해체를 요구한 갱신그룹에서는 길자연 목사의 인준 자체만으로도 한기총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남았다고 질책하고 있고, 지금이라도 ‘해체’하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총대들이 길자연 목사의 복귀를 지지한 것은 한기총을 둘러싼 혼란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 법정관리체제 속 특별총회
오후 2시 간단한 예배로 특별총회가 시작됐다. 단상에 오른 의장 김용호 직무대행은 인사말로 총회를 알렸다. 김 직무대행은 “영적 의미에 대해서는 판단 할 자격도 능력도 없지만 총회의 법적 성격과 한계에 대해서는 법률가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날 총회는 법원의 후견적 권한에 기반을 둔 ‘법정관리체제’라고 표현했다. 6월 5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소집한 총회였기 때문이다.
김 직무대행은 정관개정에 대해 “오직 직권상정된 개신안에 대해서만 찬반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예훼손이나 총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실제로 총회 진행 중 “자꾸 소란을 피우면 퇴장하겠다”며 총대들을 압박했다.
개신안에 대해 찬반 토론을 유도한 직무대행의 의지와 달리 총대들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투표가 길어지면 대표회장 인준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길자연 목사 지지측에서 회의방식에 대한 재논의를 제안했고, 전임회장 등 6명이 ‘묶음 투표’를 결정했다.
개신안 투표 전 토론에서는 길자연 목사의 인준이나 이광선 목사와의 동반 용퇴 등의 의견이 있었고, 범대위측 신광수 목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신들의 고소·고발 피해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었다. 김용호 직무대행은 투개표의 객관성을 위해 현장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선거관리위원을 선출해다. 그리고 17장에 이르는 투표용지에는 각 사안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개정될 정관의 내용과 조항, 대표회장 인준여부, 소송취하 권고안 등이 투표용지만으로도 이해가 되도록 배려했다.
# 개혁에 대한 희망을 보다
오후 4시 20분경 투표가 시작된 후 첫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시간. 선거관리규정의 개정 여부가 먼저 공개됐다. 과반수로 통과가 가능한 선관규정은 사실상 한기총 금권선거를 막을 수 있는 1차적 보완책이었다. 길자연-이광선 목사가 합의한 내용 중 ‘대표회장 임기 2년’과 ‘피선거권 제한 철폐’를 막기 위해서는 개신안의 통과가 필요했다. 양자간 합의가 각 교단에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선거규정 개정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2/3의 지지로 선거 규정 대부분이 통과됐다. 대표회장 후보의 자격을 담은 선거규정 제2조 2항은 182명의 찬성을 얻었다. 과열경선을 막기 위한 순번제는 144표로 가까스로 과반수를 넘겼다. 선관위원에 법률고문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신안은 177명의 찬성, 불법선거운동 제재 조항 역시 177명의 찬성을 얻었다.
김용호 직무대행은 “과열경선을 막기 위해 순번제를 제안했다”며 “앞으로 연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후보 순번제를 통해 “대표회장 배출 교단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고 교단이 작을수록 불리한 상황을 통해 교회 분열을 억제하고 통합을 유도한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순번제는 무려 114명이 반대했지만 그나마 과반수를 넘겨 통과됐으며, 내년 1월 총회에서 23회기 대표회장 선거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어 공개된 정관개정안은 2/3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대표회장 임기를 시작으로 대표회장 총회 직선제 등은 180표 이상을 얻어 무난히 통과됐다. 대표회장을 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당선자 과정 없이 곧바로 직무를 맡게 돼 이번과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교단이 파송한 총대가 선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 직무대행이 가장 고심한 ‘당연직 폐지’는 성사되지 못했다. 174표로 의결 표수에 4표가 부족했다. 김 직무대행은 당연직 총대와 실행위원이 많다는 것은 교단 연합체인 한기총에 교단 파송이 아닌 대표회장 직권에 의한 인선과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때문에 반드시 개신 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지만 실패했다. 단, 임원의 구성과 자격에 있어서는 현직 총회장 중심으로 구성하는 내용이 통과됐다.
부회장을 삭제하는 조항과 명예회장 삭제, 임원회비 삭제 및 회원 회비 인상안 등은 모두 부결됐다. 제도개혁은 공감하지만 ‘자리’를 건드리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결된 몇몇 사안들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현장에 있던 총대와 방청객들은 “2/3의 찬성을 얻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안건들이 통과된 것은 한기총의 개혁을 바라는 마음이 모아진 결과”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용호 직무대행이 ‘개신안’에 집착한 것은 허술한 법으로 인한 혼란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최소한의 개신안 통과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개신안 통과를 통해 한기총 개혁에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교단 집행부들이 ‘개혁’의 공감대를 모아왔다는 점이다.
총회를 앞두고 대다수의 교단 총대들은 며칠 전 혹은 당일 오전 모임을 열고 개신안 통과 여부를 논의했다. 예장 통합과 백석 등 주요 교단에서는 개혁에 대한 의지를 사전에 조율했으며, 대표회장 인준에 있어서는 자율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대로 참석한 예장백석 이경욱 사무총장은 “투표 결과를 지켜보자. 총대들의 건강한 결정을 믿는다”며 개신안 통과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 한기총, 혼란 완전히 끝나려면
100일 만에 한기총이 다시 교회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다.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 직무를 수행하려면 적어도 보름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총회 결과를 근거로 가처분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이광원 목사 외 16명이 제기한 본안 소송 취하도 진행돼야 한다. 길자연 목사가 법원의 허락을 얻어 대표회장직에 복귀하면 곧바로 인선결과에 대해 임시총회를 열어 총대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김용호 직무대행은 일단 이날 총회로 법적 하자는 치유됐다고 판단했다. 본안 소송 취하 권고안도 전달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특별총회의 법적 효력으로 범대위측에서는 “길자연 목사의 인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유지할 것을 천명하고 있지만 승소 여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특별총회에서 이뤄진 정관개정과 길자연 목사의 인준, 소송취하 권고 결정 등이 본안소송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난 본안 심리에서 재판부가 “합의해오라”고 권고한 것에 비추어 길자연과 이광선 목사의 합의도 재판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인준이 무난할 것이다” “아니다” 의견이 팽배했던 길자연 대표회장 인준 투표는 예상 밖의 많은 지지가 확인됐다. 교계 일각에서는 “길자연 목사의 인준이 흔쾌할 수는 없지만 인준이 부결될 경우,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지거나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기총과 관련된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이후 이광선 목사의 소위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한기총 발 혼란은 사회적으로 한국 교회 전체가 마치 금권의 늪에 빠진 듯이 호도되면서 지난 130년간 쌓아온 교회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특별총회 후 단상에 선 이광선 목사는 “누가 한기총에 돌을 던질 수 있느냐”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길자연 목사보다 더 긴 소감으로 ‘개선장군’처럼 앞선 이광선 목사에 대해 방청객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 개혁을 이뤄냈다는 본인의 의견과 달리 한기총 사태가 사회법으로까지 가게한 장본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구는 이광선 목사가 범대위를 설득해 ‘본안소송’ 취하를 이뤄낼 수 있느냐로 옮겨졌다.
한기총이 완전히 교회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앞으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란이 완전히 끝날 지 다시 수렁에 빠질지 열쇠를 쥐고 있는 이도 이광선 목사다.
중요한 것은 한기총이 지난 100일간 법원의 치리 하에 있었다는 사실로, 부끄럽게 새겨야 할 ‘치욕의 역사’가 앞으로 한국 교회를 갱신하고 바로 세우는 ‘기회의 순간’이 되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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